"집집마다 이 정도 소화기는 있어줘야지"
- BIG ISSUE -
왜 항상 소화기는 붉은색이어야 할까? 단지 눈에 띄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면 절반은 성공, 절반은 실패다! 어디서나 시선을 강탈한다는 이유만로 누군가는 신발장 속에 또 창고 어딘가에 소화기를 숨겨두고 있다. 그 강렬한 존재감이 싫은 사람들을 위해 우리 집 현관 앞에, 내 방 한가운데 놓을...'꽃같은 소화기'를 찾았다.
우리 대체 무슨 사이야? 내가 부끄러워?
날 방 한구석에 그렇게 꼭꼭 쳐밖에 두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잖니? 대체 왜 그렇게 숨기는 건데?
감정이 너무 격했지? 미안!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네가 날 창피해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난 다시 태어나기로 마음 먹었지. 어느 드라마 속 여인처럼 눈 밑에 점 하나 찍은 정도가 아니라 예전 모습을 모두 버리기로 다짐했지. 아 오해는 하지마!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를 찾은 것은 아니고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 있는 마커스랩 Markerslab이라는 곳에서 새로운 모습을 다시 태어났거든
어때, 내 달라진 모습이?
이제 난 예전의 내가 아니야. 사실 자존심 상해서 말은 안 했지만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각광받고 있는 요즘 시대에 예전 내모습이 동떨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우선 네가 그토록 싫어하던 빨간색을 버렸어.
그리고 찰리채플린이나 제임스딘의 흑백사진을 담았지. 또 북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패턴이나 귀여운 일러스트 마블의 히어로를 연상시키는 소화기까지 30여 가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탈바꿈했어.
그러니 이제 현관 신발장 구석이나 계단 모퉁이, 짐꾸러미 속에서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숨어지내던 지난날 소화기 시대는 끝난 거야. 이제 난 책생 위, 거실 TV옆, 현관 등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있을래. 원래 소화기는 가장 잘 보이는 고셍 가장 손이 잘 닿는 곳에 있어야 하잖아. 내가 이렇게까지 변신했으니 이제 나 좀 사랑해 주라. 나 좀 자랑스러워 해주라.
소방관과 구조자만 화재에 대응하라는 법있어?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두고 다들 이야기가 많잖아. 심지어 마커스랩에서는 소화기 판매 수익 일부를 대한민국 소방관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모 소방안전단체와 시민안전단체에 기부한대. 근데 그거 알아? 진짜 그들을 위한다면 우리모두가 소방관이 되어야 한다는 거야. 큰 화재가 나기 전에 일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말이지. 국민모두가 심폐소생술을 필수로 익혀야 하듯, 집집마다 소화기를 비치하고 올바를 소화기 사용법도 숙지하고 있어야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잖아. 그러면 우리 모두 나와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이고 이웃까지 지킬 수 있어.
이제 공감 디자인이 입혀진, '안전'을 선물할 때야!
그러니 이제 당신이 사랑하는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 집에도, 분위기 좋은 카페에도, 유니크한 호텔에도 꼭 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줘. 친구들 집들이에 초대받았거나 개업식, 돌잔치 등에 가야할 때 더이상 선물 때문에 고민하지마. 잠시 잠깐 화려한 화환보다 평범한 일상에도 가장 위급한 순간에도 힘이 되어줄 센스 가득한 디자인 소화기를 선물하라고.
글 손유미 에디터 | BIG ISSUE 8월호
* 위 기사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BIG ISSUE에 게재된 기사이며, 포스팅 과정에서 소제목과 본문 내용의 일부를 보완했습니다.
* 기사 원문 :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867&contents_id=138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