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상황에서 어떠한 인지능력이더 빠른 대응을 가능케 할까? 내가 사는 공간에 갑자기 불이 났습니다.불이 난 장소는 주방일 수도 있고, 전열기구가 쓰러진 거실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 상황은 다 함께 야근과 저녁 회식을 마치고다함께 쓰러져 잠을 자는 사무실 바닥일 수도 있습니다. 자다 깬 동료 한 명이 소리를 지릅니다. "불이야! 불" 순식간에 불은 천정과 벽을 타고 번집니다.보이지 않는 전기 배선판과 전선을 집어삼킨 화마는 시뻘건 화염을 빼고는 온 실내를 어둠으로 잡아삼켜 버립니다. 이내 깨어난 동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화기를 찾습니다."소화기! 소화기 어디있냐고?" "얼른 소화기 찾아 불을 꺼!" 동료 중 한 명이 부리나케 출입구로 나가며 소리를 칩니다. "복도에 있어. 소화기! 복도에서 가져와야 한다고!" 현관 문을 열어 제낍니다. 화염으로 어미 벌겋게 달아오른 손잡이에 살갗이 붙어 버리는 그 순간 몸뚱아리를 던져 철문을 밀어 제칩니다. 그 순간 갑자기 밀려든 산소 가득한 공기에 화마는 온 천정과 바닥을 잇는 불기둥을 여럿 만들더니 이내 베란다까지 실내의 2/3를 집어 삼킵니다. 소화기를 가지러 간 동료는 복도 끝에 다다라 겨우 비상구 한 귀퉁이에 있는 소화기를 찾아 사무실 안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사무실 출입구는 불길을 내뿜는아궁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상황은 2011년 4월서울 중구 필운동 골목의 인쇄소 골목의 한 사무실에서 일어난 실화입니다. 이 사고로 실내에 있었던 4명의 사무실 직원 중 2명이 질식과 화상에 의한 사망나머지 2명은 다행이 목숨을 건졌으나 유독가스 질식에 의한 영구 호흡기 장애와전신 3도 화상을 입고 맙니다. 소화기가 실내에 있었더라면... 사무실에 있었던 직원들이 실내에 있는 소화기의 위치를미리 인지하고 있었더라면...굳이 소화기를 찾으러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렇습니다. 소화기는 실내에 있었어야 했습니다. 평상시에도 소화기의 위치를 인지하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소화기를 찾으러 문을 열고 나간 그 행동은 결국 불을 더 키워 사무실 안에 있던 2명의 동료들이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 근본 원인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사무실은 연기와 화염으로 뒤덮이고 만 것입니다. 마커스랩은 말하고 싶습니다. 왜 소화기는 빨간색인가요? 왜 소화기의 빨간색에 의문을 던지지 않나요? 소화기가 빨간 이유는 평상시나화재의 현장에서 혹은 전기가 나간 칠흙같이 어두운 상황에서눈의 띄기 위한 색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안전한 평상시'에 사전 경고의 의미를 표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소화기가 빨개야 한다는 의무규정은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만 빨간색 소화기가 아닌 것은 경고와 주의, 위기상황의 인지측면에서 누구나 가진 고정관념에 반하는 것이지요. It is most effective for urgent response in case of urgent crisiswhen the daily learning and habitual normal situation.(James Durington, Univ of Illinois Urbana-Champaign, 2017)일상에서 학습된, 습관화된 평상인지가 긴급한 위기상황시 긴급대응에 가장 유효하게 작용한다. 일리노이대학의 제임스 듀링튼 교수는 일상에서 반복된, 습관화된 인지력이 위기상황에서 크게 효과적이라며평상시에는 망각된, 경고의 메시지, 사인, 컬러는 오히려 위기상황에서 무시되기 일쑤라고 강조합니다. 마커스랩은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내 삶의 공간에서 평상시에도 친숙하게 인식되는 것의 성질과 용도가수시로 확인되며 또 그것이 우리 삶의 양식 안으로 들어온다면 위기 상황에서도당황하지 않고 허둥대지 않고 빨리 그것을 찾아 사용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디자인 소화기입니다.소화기 외관에 소방과 안전의 메시지를 담되, 내 일상의 공간에서 굳이 숨길 필요없고 격리시킬 필요 없이자연스럽게 내 책상 아래, 소파 옆, TV 옆, 가스 오븐 옆에 두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소화기! 이렇게 평상시에는 나의 라이프스타일 안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소화기가 필요합니다. 평상시에는 일상에서 도외시 되므로 빨간색으로 그나마 눈에 띄게 하지 않아도일상의 영역에서 두 눈으로 보고 만져보며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소화기! 그것이 바로 골든타임에 즉각적으로 찾아서 조치할 수 있는 초동대응 소화기인 것입니다. 그래야 골든타임에 소방차 1대와 맞먹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골든액터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K-히어로즈 디자인 소화기 (마커스랩 제공)
